기아자동차의 플래그쉽 모델 K9을 시승해보게되었습니다.
시승한 모델은 3.8 GDI VIP 모델로, 가장 최상급 그레이드에서 바로 하나 아래에 위치해있는 그레이드죠.
가격은 6,830만원으로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에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야기를 했었지만 K9의 가격은 현대 제네시스와 현대 에쿠스의 중간정도에 위치시킴으로써, 현대차와 시장에서 중복되지 않게한 의도를 알 수 있죠.
– 기아 K9 GDI 가격/사양표
그런데 저는 여기서 가격을 중복하지 않게 하는것보다는 브랜드 자체의 아이덴티티나 차의 성향을 가지고 현대와 기아가 중복되지 않게끔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쨌든 시승을 충분히 해보지는 않았지만 짧게나마 느꼈던 시승소감을 공유해보겠습니다.
기아 K9의 디자인
일단 차체가 플래그쉽 답게 육중합니다.
5미터가 살짝 넘어가는 차체에 폭은 1.9미터나 되는데요, 에쿠스와 비교한다면 전장만 7cm 작고 전폭은 동일합니다.
전반적으로 직선보다는 곡선을 많이 적용한 디자인에 최근에 단행한 페이스리프트에서는 가로중심의 그릴이 적용되었지요.
전체적으로 큼지막한 바디라인부터 군군데 적용한 세부적인 라인까지 곡선중심이라서 유선형이 많이 강조된 느낌인데요.
최근 강한 엣지라인이나 신선한 면을 적용하는 디자인 흐름보다는 이 차를 살 수 있는 세대인 장년층에게 어느정도 중후하면서도 무던함을 염두해둔 디자인이라는 생각입니다.
과거 기아차가 K5나 스포티지R, 그리고 프라이드까지 피터슈리이어의 호랑이코 디자인에 여러가지 신선한 디자인포인트를 적용함으로써 디자인적으로 많은 호응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직까지도 K5의 디자인은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인데요.
K9는 플래그쉽이니만큼 장년 타겟층을 위해 변화를 줄이고 많이 타협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에쿠스보다 먼저 적용된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인데, 플래그쉽 차종이라는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적합하네요.
역시 헤드램프는 안전을 위한 기능적인 수행이외에 차의 존재감을 표출하기위한 디자인적인 기능도 확실히 수행하는 추세인가봅니다.
사실 뒷모습이 기아 K9이 나왔을때 BMW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았었죠.
똑같지는 않지만, 뭐랄까 BMW 7시리즈의 뒷모습이 호평받는 디자인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의도적으로 피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만, 전반적으로는 큰 특징이 도드라져보이지는 않으나 평범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이죠.
실내로 들어가볼까요?
6천만원이 넘는 차이니만큼, 화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스티어링휠을 감싼 가죽부터 시작해서 가장 많이 팔릴 색상이 블랙임을 가정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중후한 느낌이 있습니다.
군데군데 아낌없이 사용한 가죽재질이나 가운데 위치해있는 아날로그 시계는 이 차가 플래그쉽임을 알게 해주는데, 다만 좀 아쉬운 것은 디자인이 정돈이 된 느낌이 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플래그쉽이라면 실내에서도 새롭게 디자인이 적용된 포인트나 형상이 굉장히 인상적이면서 하나의 묶음으로 그룹핑되어 보이면서 선의 미려함이 보여야하는데 전반적으로 많은 기능을 담아냈지만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는 것이죠.
특히나 도어트림의 열선/통풍과 시트조절 기능이 있는 부위의 라인 처리나 재질면을 보면 정돈미나 선이 연속되어 흐르면서 배치되는 느낌이 떨어지죠.
아무래도 기아차가 플래그쉽 차에 대해서 좀 더 발전시켜 나가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계기판은 심플하지만 K7이나 K5의 상위트림의 그것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느낌이어서 플래그쉽에서는 좀 더 다른 계기판을 적용하는게 어땠었나 라는 생각입니다.
기아 K9의 주행느낌
제가 탄 K9은 3.8리터 GDI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3.8리터 직분사 엔진답게 334마력, 40.3kg.m의 토크로 5미터가 넘는 차체를 움직이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차량의 성향상 엔진반응이 최대한 부드럽고 점진적인 반응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민첩함이나 경쾌함보다는 부드러움에 방점을 두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3.8리터 엔진으로 폭발적이기 보다는 꾸준하게 쭉쭉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플래그쉽 기종이니 당연히 셋팅이기도 하죠.
주행느낌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NVH(소음진동) 입니다.
정말 조용함을 느낄 수 있는 차인데, 솔직히 아이들링 상태에서 소음은 이제 플래그쉽이 아니더라도 중형차도 잘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소음측정기 앱을 통해서 재어 보니 아이들링 상태에서 38~39db정도 됩니다. 조용하긴 조용한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역시 100km/h가 넘었을때의 소음인데요. 이때는 하부소음과 풍절음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아 K9의 경우는 이 속도 이상에서는 하부소음이 올라오지 않고 오로지 풍절음만 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조용합니다.
하부의 방음처리를 꽤 신경쓴 것으로 보이구요.
제가 에쿠스를 타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탔던 차중에서는 가장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주행은 역시 부드러움에 방점을 둔 차입니다.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채용으로 어떤 요철이나 굴곡을 지나더라도 승차감은 부드럽고 안락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소프트한 주행감에 방점을 둔 차량이라도 플래그쉽이라면 코너링이나 고속구간에서는 급격한 거동에도 철저하게 쏠림을 억제하고 잡아주는 안정감이 같이 올라와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는 K9은 기대만큼 큰 감흥을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K9을 주 타겟층을 고려하면 이런 점은 최우선순위는 아니겠지만 플래그쉽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죠.
K9의 전자식 8단 변속기는 이런 부드러운 차의 성향에 잘 매칭되었는데요.
민첩한 변속은 아니지만 변속충격도 느껴지지 않고 무난한 적용을 보였습니다.
기아 K9의 스티어링휠은 전자식(MDPS)가 아니라 유압방식이 결합된 전자식 스티어링휠(EHPS)이 적용되었습니다.
확실히 기존에 적용되었던 MDPS보다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기존 현대 기아차 보다 확실히 좋긴 좋습니다.
K9은 노멀/스포츠/이코노미의 3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적용하고 있어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티어링휠도 무거워지는데요. 역시 아직까지는 초고속에서의 스티어링휠의 묵직한 느낌은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이어는 3.8GDI 컨티넨탈 프로콘택트로 후륜구동이기 때문에 후륜이 275/40R19, 전륜이 245/45R19 각각 다른 사이즈가 들어가 있죠.
편평비가 낮아 타이어의 스펙상으로는 코너에서의 느낌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아쉽다는 생각도 있구요.
공인연비는 9.3km/L (도심 7.8km/L, 고속 12.0km/L) 이데요. 도심에서 막히면 5km/L까지 떨어지고, 고속에서는 100km속도로 정속주행하면 13km/L정도까지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기아 K9의 실내공간
기아 K9은 플래그쉽 답게, 2열 좌석이 광할합니다.
5.1미터에 육박하는 전장과 3미터가 살짝 넘는 휠베이스 덕택인데요.
레그룸은 1열 쉬트를 당기지 않아도 이 정도 공간이 나올 정도로 아주 넉넉하구요.
최근 현대기아차의 시트 설계 방향대로 푹신푹신 느낌보다는 살짝 단단한 느낌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안락한 느낌은 충분히 주었습니다.
뒷좌석에서의 편의장비도 충분한데요.
한 단계 높은 RVIP 등급에서는 뒷좌석 6:4 파워시트나 옵션으로 뒷좌석 듀얼모니터 까지 고를 수 있는데, 6,830만원씩이나 가는 VIP등급에서는 전동식 요추받침만 제공되고 통풍시트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좀 아쉽긴 합니다.
트렁크는 차체의 크기 대비는 그렇게 넓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전고가 그렇게 높은 차가 아니라서인지 높이가 좀 작은 스타일인데요.
그러나 기본크기가 있고 트렁크 리프터가 공간침해를 최소화해서 골프백 4개는 들어갈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트렁크는 당연히 전동식이구요.
글로브 박스나 다른 공간들은 넓다는 개념보다는 고급스러움에 더 중점을 두어 마감이나 안쪽 재질이 돋보이네요.
기아 K9의 주요 사양은?
도어 측면에 후측방 경보 시스템에 의해서 차선변경이 경고를 시트진동으로 알려주는 버튼이 있는데요.
과거 기아 K9이 초기 TV광고시 많이 홍보했던 기능으로 아마도 지금은 신형 제네시스도 탑재해 있을텐데, 이때 국산차중 가장 먼저 K9이 도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급차의 기본 사양인 헤드업 디스플레이,
무엇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좋고 네비게이션 경로의 지명까지 나오서 이런 측면에서 현대기아는 잘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UVO가 적용된 9.2인치 오디오 시스템으로 전반적으로 UI가 나쁘지 않습니다.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가 적용되어 있는 음질도 훌륭하더군요.
도어 커티시 램프는 예전 전격Z작전에 나온 키트처럼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램프인데, 나름 차별화 사양이긴 하네요.
총평
한마디로 엄청나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플래그쉽 차종이라는 생각입니다.
플래그쉽으로써의 코너에서나 거동에 따른 쏠림억제는 좀 아쉽지만, 이 차를 사는 주 타겟을 고려하면 그 타겟들의 성향은 잘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인데요.
제가 볼때는 이 차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상품성 자체가 쇼퍼드리븐과 오너드리븐 사이에서 어느쪽인데 확 인식되지 못하는 면이 있어서 명확히 포지셔닝하기 애매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안락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차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적합한 차종으로 생각이되구요.
디자인 자체가 지금까지의 기아자동차의 라인업과 속성을 생각한다면 좀 더 오너드리븐에 가까우면서 기아차의 젊은 성향과 스포티함을 반영한 차량이 오히려 맞지 않았나라는 생각인데요. 이는 기아차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현대차 그룹에서 명확한 브랜드 전략을 세워야 하는 본질적인 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한 메이커의 플래그쉽 다운 어떤 색깔이나 추구하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실내 디자인이나 그런 여러가지에서 좀 더 묻어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기아자동차가 조금씩 숙제를 해결해나가야겠지요.